약간의 시큰거림을 동반한 채로 상처들이 날 노려보기 시작한다. 얼마간은 계속될 흉터 자국이 지난 어리석음을 통렬히 설파하며 짐짓 준엄하게 호통을 치기 시작한다. 얼마나 계속 될 것인가. 저 발자국들이 흐려져 불투명한 색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만을 기다리지만 덧씌워진 연고가 스며드는 느낌은 영원토록 벗기질 못할 짐에 대한 지속적인 책망과 기우만을 남긴다. 물을 흘려보내려던 찰나 채 아물지 못한 상처의 한 꺼풀 살갗이 벗겨진다. 연붉은 내피만이 고통스레 옅은 핏물의 내뱉는다. 약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외침을 애써 무시한 채로 구세주인양 연막을 친다. 하지만 우윳빛 장막 뒤로 여전히 붉은 기운이 스며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의 한층 밑까지 따끔거리는 순간 다시금 깊고 깊은 상처의 그늘로 빠져든다.
의사는 말하다. 물집이 생기면 다시 와보도록 하세요. 멀찍이 앉아 슬쩍 상처부위를 쳐다보기만 할뿐이다. 아니 보기는 했을까? 문을 나서는 순간 환청이라도 들린 듯 했다. 뭐 별거 아니야. 자 다음 손님. 거짓 위안도 기대해선 안 될 일이었다. 자신만의 상처를 감아쥔 환자들 사이를 지나자 말끔한 처방전 하나가 건네져온다. 그리고 분업의 골목을 지나 적당량을 환부에 바르면 될 일이다. 그리다 또 문득 깨닫게 된다. 전혀 신경 쓰지 못한 곳에서 조금씩 곪아가고 있는 “환부”도 있음을... 그 작고도 여린 내피를 바라보며 현상의 그늘만을 쫓는 나를 다시 바라본다. 채 스며들지 못한 반투명 겔 사이로... 그리고 생각한다. 이 상처는 온연히 사라지더라도 가슴 속 한켠에선 결코 덜어내질 못할 것이라고. 아둔함과 교만의 증거로 남아서...
| 상처 [길 위의 이야기]
2005/09/1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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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unamoth on 2005/09/1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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