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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지 말아요  [길 위의 이야기]

며칠 전 일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한낮. 메신저 팝업창에 외마디 영문 몇 글자가 떠오르더군요. 닉네임을 보니 한동안 얘기를 나누던 온라인 지인이었습니다. 영타로 풀어내는 그쪽 얘기는 대략 이러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회사에서 자리를 비워 찾고 있는 중이다. 혹시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없느냐. 영어로 쓰는 이유는 갑자기 한글이 안 써지기 때문이다." 글쎄요. 얼마간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일일이 행선지까지 보고 하던 사이는 분명 아니었어요. 신종 봇(바이러스 혹은 hoax 목적의)이 아닐까도 했지만 몇 글자 답변을 해보니 그건 또 아닌 것 같더라고요. 소위 튜링 테스트는 통과한 셈이고요.

과도한 상상은 금물일까요? 그래도 뭔가 찜찜한 기분은 털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직원을 찾기 위해 그의 컴퓨터를 뒤적였겠지요. 로그인된 메신저 창으로 한명 한명에게 확인을 시작했을 테고요. 아니 그것도 이상한데요. 뭐 그러면 핸드폰도 기타 연락처도 불통이라고 칩시다. 그는 분명히 출근을 했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한낮에 메신저는 로그인 한 채로 사라졌을 뿐입니다. 그에 관한 긴급한 용무가 생긴 동료들은 이리저리 그를 찾느라 동분서주했고, 그 중 한명이 메신저로 탐문을 시작했을 뿐이겠죠.

여하튼 I don't know 라는 답변으로 메신저 창은 내려갔지만 기록된 로그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그 균질하지 못한, 어색한 영어들의 교환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는 어쩌면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탈출에 성공한 유일한 생존자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이전트 스미스는 에이전트 브라운에게 컴퓨터를 뒤져보라고 지시했을지도 모르고요. 아니면 그저 옥상에 나가 담배를 피워 물고 그저 잠시 “은둔을 꿈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 이후 며칠 째, 그의 아이디는 컨택트리스트에서 보이질 않았습니다. 정말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일런지... 잠시 그 이상한 대화를 곱씹어 보던 찰나 트레이의 꽃이 점멸하기 시작했습니다. "[Richard Roe]나를찾지말아요 is Online." 예 바로 그 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고민중입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될까요? 아니면...
2005/09/08 01:05 2005/09/08 01:05



Posted by lunamoth on 2005/09/08 01:05
(1) trackbacks |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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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XECODE.COM at 2005/09/13 04:38 】
     '딩동'  메신저가 나를 찾는다. 상대 메신저의 대화명은 익숙하지 않다.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한번더 울린다. '딩동' 내가 사용하는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절반 가량은 메신저닉네임앞에 자신의 아이디를 붙인다. 그 이유는..


    모르는 분인데 저도 걱정되네요. 대화명도 그렇고...
    저라면 그 분인지 확인하게 될꺼 같네요.

    헤더 2005/09/08 12:43 r x
      후반부는 소설?입니다만... 첫 문단 내용은 실제 경험입니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일이었죠...

               lunamoth 2005/09/08 12:46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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