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파치노와 그의 개 토니 (왜곡)
퀼은 맹도견(맹인안내견)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태어나는 순간과 강아지 시절 부터 맹도견의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차례대로 따라가면서 퀼이 지나가는 행적과 마주치는 사람들을 그려갑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인간극장〉같은 다큐멘터리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퀼의 시선을 담아내기도 하면서 잔잔히 그려내는 드라마가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마지막 30미터의 걸음을 담아내는 순간, "모든 것을 기억하던" 개의 마지막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죠. 하긴 에르메스와 전차남이 보며 눈물을 자아내던 영화이기도 했으니...
감독은〈피와 뼈〉의 최양일 감독입니다. 순간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영화를 다보고 난 순간〈피와 뼈〉와 상통하는게 느껴졌습니다. 치열한 한 남자와 일생과 우직한 한 맹도견의 일생을 건조하지만 깊이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말이죠.〈비밀〉에서의 아버지역을 맡은 코바야시 카오루가 시각장애인 와타나베 역을 시이나 깃페이가 퀼을 교육하는 맹도견 조련사로 극을 이끌어 갑니다.〈미안해〉의 사쿠라타니 유키카와〈바이브레이터〉의 테라지마 시노부도 보이고요. 얼핏 낯익다 했는데 코바야시 카오루 였다는건 전혀 눈치를 못챘군요.
문득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대형마트를 함께 들른 와타나베와 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전 전숙연씨 관련 뉴스기사("시각장애인 안내견 문전박대 여전")가 생각나더군요. TV 에서 특집극〈내 사랑 토람이〉를 방영한지 얼마 안됐음에도 생긴일이라 씁쓸함을 더했었죠. 영화는 맹도견 퀼을 중심으로 그 연대기를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한편 그 안에 비춰진 배려의 모습들이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잔잔한 감동의 드라마, 권해드리고 싶네요 ;)
덧. 소설이 원작이며,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