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u n a m o t h  4 t h   |  COVER  |  TAG CLOUD  |  GUEST  |  RSS 


| 뮤지컬 밑바닥에서  [감상/영화/외...]

뮤지컬 밑바닥에서, 페페르:황태광/나타샤:남궁희


막 감옥에서 출소한 페페르는 누나 타냐의 술집에서 거나하게 퍼마시고 있습니다. 2년전과 별로 변한건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한탕을 노리고 사기를 꾀하는 싸친, 알료시까 패와 난폭한 까스뜨일로프 백작. 그들은 잠시나마 흥에겨워 한잔 술에 시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한쪽엔 매춘부 나스짜가 반대편엔 백작부인 바실리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술자리는 난동으로 일그러지고 백작과 그의 부인은 자리를 떠납니다. 이윽고 병약한 안나가 걸어나옵니다. 언니인줄로만 아는 타냐의 꾸지람에 이내 방으로 내몰릴 뿐입니다. 페페르는 이제 그만 엄마라는 사실을 말해주라 얘기하고 타냐는 페페르의 앞날을 충고하지만 이내 말마중을 관두고 맙니다.

이 별수없는 "낙오한" 인생군상 속으로 한 "시골처녀" 나타샤가 난입해옵니다. 타냐의 술집으로 일자리를 소개를 받은 나타샤는 블라디보스톡의 봄노래를 부르고 술집에 있던 모든 이들은 각자 자신의 향수에 빠진듯 노래를 따라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나타샤는 조금씩 그들에게 빛을 안겨주기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긴 나스짜에게 고백을 조언하고 늘 갇혀 자신의 아픔에 좌절해 있던 안나의 그늘을 걷어내줍니다. 술독에 빠져 자신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해진 배우에게도 과거의 영광을 상기시켜줍니다. 모든 이들에게 조금씩 희망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됩니다.

바실리사는 페페르에 매달려 과거를 상기시키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얘기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충동질합니다. 이미 나타샤에게로 마음이 간 페페르.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온 그는 바닷물을 병에 담아와 나타샤에게 말합니다. 병속의 바닷물은 더 이상 바닷물이 아니더라고 바닷물은 바다에 있을때만 바닷물이더라고. 자신이 자신으로 있을곳은 바로 여기. 당신 앞이라고.

하지만 늘 그래왔듯 일은 꼬이고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랑도 꿈꿔왔던 미래도 그리하여... 나타샤도 떠납니다. 자신이 왔던 그곳으로. 실패한 사기꾼과 결코 자신의 입으로 딸을 불러보지 못한 술집주인은 술에취해 횡설수설할 뿐입니다. 배우에겐 절망스런 얘기가 담긴 나타샤의 편지만이 건내집니다. 싸친이 개똥철학을 지껄여댑니다. 모두 인간이라고, 작은 이들이 모여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고. 그 알수없는 장광설을 나스짜가 알리는 배우의 자살 소식이 가로막습니다. 終.

인생이 그러한건가요? 밑바닥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 비극적 결말이 완전한 절망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희망이 소거된 군상속에서 모두가 버텨나가고 한줄기 노래로 치유받고 고통을 읖조리고 사랑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희망의 전령이 한줄기 꿈처럼 다가왔다 사라진다 한들 그 다가옴 조차 섯불리 재단할 것 까진 없습니다. 그 행복의 실마리를 붙잡아 두고 조금씩 다가가면 그뿐이겠죠. 페페르가 그러했듯이...

음악과 함께 (심적으로)울고 웃은 두시간이었습니다. 나직히 공연장속으로 울려펴지는 노래속에서 모두들 밑바닥에서 가슴속으로 펴져나가는 선율에 몸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또 그렇게 잠시나마 위로받고 다시 일상의 토악질속으로 뛰쳐나가야 되는 것 또한 무대속 그들과 매한가지일 테지요.

내가 퍼담을 바닷물과 병을 건내줄 이 그리고 내자신으로 서있을 자리도 나름대로 떠올려졌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커튼콜 순간, 극 밖을 나와서 각자 짝을 지어 떠나는 무대인사의 순간이 그리 환상으로만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비극으로 맺었지만 페페르와 나타샤의 포옹을 꿈꾼 이는 저뿐만이 아니였을 테고요.

소극장을 나와 모두 제갈길로 돌아갑니다. 허나 전과 달리 그길은 또한 페페르 노래처럼 "내가 의미있는 한곳"으로의 걸음처럼 느껴졌습니다.


2005. 8. 5. 예술극장 나무와 물, 자세뮤지컬레파토리

페페르 역 - 황태광 / 싸친 역 - 김민교
나타샤 역 - 남궁희 / 타냐 역 - 신효선
바실리사 역 - 조은별 / 까스뜨일로프 백작 역 - 김중기
배우 역 - 이승현 / 나스짜 역 - 정주희
안나 역 - 강초롱 / 알료쉬까 역 - 임준일

- Tungsten C

덧 하나. 좋은 공연 초대권을 주신 리얼판타스틱 영화제 측에 감사드립니다 :D

덧 둘. 관객중에 신현준씨가 보이더군요 ;)

언플러그드 뮤지컬 <밑바닥에서> ★ by 빨간그림자
2005/08/05 23:59 2005/08/05 23:59



Posted by lunamoth on 2005/08/05 23:59
(1) trackbacks | (0) comments

     trackback  click!

    언플러그드 뮤지컬 <밑바닥에서> ★ x
    【 Tracked from Red Shadow at 2005/08/06 10:54 】
    영화와는 달리 공연예술은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기간 동안만 관객을 만납니다. 제가 ★ 표시를 하는 공연은 그 공연이 masterpiece 수준의 걸작이라기 보다는 대본, 음향, 조명, 배우 연기, 의상, 작품의 의의 등등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평균점 이상..


      COMMENT
        



lunamoth
Textcube

Profile
Contact
+ Archives
+ Calendar
+ Categories
+ Recent Posts
+ Recent Comments
+ Recent Trackbacks
+ Blogroll
+ Twitter



Suede
brett anderson
Mr. Saxophone

lunamoth on Twitter
Miranda NG

Follow @lunamoth
http://feeds.feedburner.com/Lunamoth
follow us in fee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