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장진 감독의 전작 <아는 여자>를 생각하고 예의 유쾌한 코미디를 기대했습니다만, 영화는 예상외로 정극의 수순을 따라갑니다. 물론 간간히 삽입되는 웃음의 코드는 여전합니다.
미모의 카피라이터가 호텔 방에서 살해를 당합니다. 그리고 20분후 도착한 경찰. 수사가 막 시작되려는 찰나, 허나 말끔하게 차려진 "합동수사본부"는 뭔가 이상한 느낌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세트를 연상케 하는 오프닝을 지나자 사건 수사는 TV 브라운관 속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일거수 일투족이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초유의 사건 조사 프로그램. 흡사 토론 프로그램을 연상케 하는 진행등으로 영화는 하나의 필터를 짊어지고 가게 됩니다.
사건 직후 용의자로 붙잡힌 김영훈(신하균 분)을 취조하는 최연기 검사(차승원 분)는 영 마뜩찮아 합니다. 이상스레 평온을 유지하는 태도도 그렇고 수상스런 그의 행적과 거짓말 테스트 결과까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는 상태. 하여 주변 증언을 살피고 증거를 수집하며 동분서주하게 됩니다. 용의선상의 인물들은 늘어만가고 사인도 꼬여가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중계 방송사에선 쇼까지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모든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지막 순간은 다가온 듯 보입니다. 그리하여...
영화는 앞서 언급했듯이 가벼운 코믹 수사물이 아닌 진지한 미스터리물의 성격을 띕니다. 얽히고 섥힌 수수께끼는 아니지만 그 흐름의 진폭을 엿보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그러고 마지막 순간의 깨달음도 나름의 반전으로 충분히 기능하고요. 적절한 유머와 타이트한 수사극. 양자 모두 만족스런 한편을 이룹니다. (개인적으론 초반 타이틀 화면에서 <춤추는 대수사선>을 연상하기도 했었습니다. 깔끔한 수사본부와 형사반장역(신구 분)도 그렇기도 하거니와.)
차승원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인물에 대한 묘사도 <혈의 누>에 이어 궤도에 오른듯 싶습니다. 신하균 또한 <웰컴 투 동막골>과는 다른 묘한 늬앙스를 전달하기에 충분했고요. 장진 사단의 배우들을 확인하는 묘미도 있습니다. 전작 <아는 여자>에 나왔던 배우들이 꽤 많이 나오니까요. 아는 여자에서 비운의 여인?역을 맡았던 장영남¹ 분의 여검사 역도 인상적이 였습니다. 물론 히트는 꾸러기역의 모분?이였습니다만...
현대 미스터리 수사물, 생중계 부분에서 <15분>에서처럼 대중매체 비평으로도 읽을 수 있겠지만 제 뇌리에 남은 장면은 쇼를 강행하려는 방송국측에 항의하는 최검사에게 건내는 윗선의 한마디였습니다.² "쇼? 원래 우리가 하는게 다 쇼 아닌가? 적당히 잡아 넣고, 적당히 원하는 때에 맞춰 한건 씩 터트려주고 말이야?"
<동막골>과 함께 <박수>의 선전도 기대해봅니다. :)
- Tungsten C
¹ 초心연 장영남, "문화창작집단 수다 『웰컴 투 동막골』이연 역"!
² 전날 참여연대의 발표를 봐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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