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DC 코믹스의 로고 정도만을 보인 채 오프닝 타이틀을 뛰어넘어 배트맨 아니 브루스 웨인의 유년으로 향해 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트맨의 로고와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름이 보이겠지 하는 생각은 어느덧 잊혀집니다. 그리고 엔딩과 함께 타이틀이 나오는 순간 문득 깨닫게 됩니다. 배트맨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었음을요...
어린 시절이 그려집니다. 그의 여자친구와 박쥐와의 만남, 부모님의 피살 순간 이후로 박쥐와 죄의식의 트라우마를 간직하게 경위까지, 잔잔한 어조로 그려나갑니다. 부모님의 복수를 생각하며 괴로워하게 되고 결국 길거리로 다른 세계로 방랑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듀커드(리암 니슨)를 만나게 되고 고원 속에서 수련을 하게 됩니다. 듀커드가 속한, 라스 알굴이 이끄는 "어둠의 사도들"이란 조직으로부터 제안을 받게됩니다... 그리하여...
돌아온 브루스 웨인은 부패와 범죄에 물든 고담시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문의 기업으로부터는 배제되기 시작합니다. 팔코니의 조직이 꾸미는 음모를 감지하고 집사 알프레드(마이클 케인), 짐 고든 경위(게리 올드만), "웨인 기업의 응용과학 전문가" 루시우스 폭스(모건 프리먼)의 도움 속에서 새로운 심벌로의 재탄생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나의 두려움을 저들도 느끼게 할" 상징이라고.
영화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차분한 어조로 그려냅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의식의 배경으로 깔고서 수련의 과정 속에서 점점 미래의 모습을 그려갑니다. 듀커드와의 시각차와 고담시로 돌아온 후 부모님의 유지를 생각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협력 속에서 이런저런 기술과 장비들을 습득해 가는 과정, 이 모든 것이 이미 봐왔던 것들의 기원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로 다가옵니다.
다소 예스러운 악당의 기술에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후반부의 배후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다시 한 번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콰이곤 진과 십자군 기사 고프리의 카리스마가 오버랩되는 리암 니슨의 모습도 나약해 보이는 게리 올드만의 캐릭터도 아이러니한 대구를 이루기에 충분합니다.
집사 알프레드도 물론 여전히 충실한 모습을 그려내고 루시우스 폭스역의 모건 프리먼의 무게감도 안정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James Bond's gadget man Q" 도 연상 되고요 ;)
단기 기억상실증과 불면증을 그려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 역시 전작 배트맨 시리즈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배트맨의 의식 속의 그림자를 간간이 삽입해 가며 고독한 히어로의 근원을 탐구해 나갑니다.
듀커드와의 검술 연습도 묘한 기시감을 자극하며, 각종 배트맨의 아이템과 더불어 육중한 배트카의 모습도 볼거리로 자리 잡습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고든 경위가 배트맨에게 무언가를 건내는 순간이야말로 이 영화가 프리퀄로서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타워즈가 아닌 배트맨을 보고 자라온 세대에겐 또한 더할 나위 없는 역사의 전승이 되겠고요.
다소간 잔잔한 진행이 강한 액션들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쉽게 다가오기도 하겠지만, 배트맨의 역사를 그 기원을 무리 없이 해석해 냈다는 점에서 만족할만한 영화였습니다.
덧. Trivia 찾아보니 고려했던 배역진들이 재밌군요. David Duchovny, David Fin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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